올해도 어김없이 문화포럼 <2024 문화선교트렌드>가 열렸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충실하게 이루어가는 한국교회가 되기 위해, 다가올 한 해의 사회적 변화들 그리고 교회의 응답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성돈 소장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교회에 누적된 변화를 돌아보고, 이를 교회가 어떻게 선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2024년에 대해 조성돈 소장이 잡은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4 한국 교계 및 목회 전망과 과제: 뉴월드에서 신인류가 세우는 교회”, 조성돈 소장

뉴월드. 코로나로 인해서 급속도로 교회 안으로 들어온 온라인 세상을 말한다. 교회의 규모나 그 방향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교회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성도들은 이러한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신앙 콘텐츠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이 뉴월드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교회론. 교회는 ‘성도의 교제(Communio Sanctorum)’이다. 즉 ‘주일/11시/예배당’을 넘어서, 믿는 이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면 그것이 곧 교회이다. 온라인 예배 참여자를 교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활발하게 교회의 다양한 봉사와 교육에 참여해왔던 ‘일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떠한 교회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즉 ‘교회론’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신인류. 개인화되고 개성화되어가는 현 시대적 인간의 특징을 말한다. 이러한 시대에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 우리가 가졌던 공동체의 개념에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서로가 섞여서 하나의 특질로 용해되는 ‘용광로 모델’보다는, 서로의 특성을 유지한 채 조화를 이루어가는 ‘샐러드볼 모델’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각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신앙훈련들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는 다양한 온라인 신앙 콘텐츠들을 선용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따라 신앙과 삶의 지혜를 길러가기 위해, 온라인 공간의 신앙적 유산을 탐구하는 사람들, 바로 뉴월드의 신인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성돈 소장은 이러한 변화를 우리가 인지하고 염두에 둘 필요는 있지만,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권면합니다. 변화에 적절하게 응답해나가며 길을 만드는 교회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것들에 충실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어나가는 것도 신실하고 충성된 목회라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빠른 변화에 지쳐버린 많은 교회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은총이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와디지털미디어센터 조성실 센터장은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과 온라인 콘텐츠 소비의 흐름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교회의 적절한 응답을 제안하였습니다. 조성실 센터장이 잡은 2024년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4 디지털 미디어 전망과 교회의 과제”, 조성실 센터장

마이 AI. 개인이나 집단의 특성, 또는 그들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AI를 말한다. 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개인이나 교회가 직접 이러한 마이 AI를 개발하거나 개발된 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신앙 지도와 상담, 교육 등에서 교인들에게 맞춤형 AI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지할 점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다. 거짓된 진술이 생산되거나 기독교의 윤리적·신앙적 가치와 충돌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이를 AI의 개발 및 이용에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OTT 크리스천: On cloud(언제나 어디서나), Tailored curation(나만을 위한 맞춤형 큐레이션), Teleparty(함께하는 공동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개인 맞춤형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기독교인을 뜻한다. 온라인 공간의 발전과 마이 AI의 개발로 인해 이루어진 신앙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신앙적 콘텐츠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교회와 신자 간의 경계를 허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온라인 공간의 새로운 연결성과 공동체성을 통해, 교회의 다양한 소통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숏폼(short form) 콘텐츠.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의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말한다. 숏폼 콘텐츠는 최근 들어 다양한 연령대에서 대중화되었으며, 이는 요즘 사람들의 ‘시성비(시간 대비 성과 효율)’ 중시 경향을 보여준다. 우리의 신앙 메시지 전달 방식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간결하고 핵심적인 신앙 콘텐츠 제작이 중요해지고, 특히 다음 세대 사역을 구상함에 있어서 보다 집약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울 필요성이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발전하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은 여러 우려할 점들을 낳기도 하지만, 교회가 선용할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우리 목회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AI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고, 24시간 열려있는 신앙 콘텐츠와의 연결성으로 우리 삶과 신앙을 보다 풍요롭게 성숙하게 만드는 일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적절한 성찰’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신앙적 깊이를 풍요롭게 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도록 가이드하고 방향성을 성찰하면서 기술의 발전이 뭇 피조물의 삶을 긍정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은 대중문화와 청년세대에 나타난 여러 마이크로트렌드들을 살펴보고, 이를 관통하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밝혀냈습니다. 임주은 연구원이 잡은 2024년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중문화 그리고 청년세대를 통해 본 교회의 전망과 과제: 다 다르고, 빠르게 변하지만 ‘공감’이 중요한 시대”, 임주은 연구원

불안. 헬스장 ‘3일 체험권’, 맛집 ‘줄 서기 앱’, 드라마 ‘1~5회 몰아보기’ 등에서 나타나는 청년세대의 특징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불안’이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 불안정한 경제소득 앞에 2030 세대들은 안정적이지 않은 선택을 포기해 버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자기 자신이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더 좋은 선배를 만나고 싶어 한다. ‘성공’이라는 가치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바람을 알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는 사람을 ‘멋진 어른’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들은 교회에서도 이러한 어른 만나기를 갈급해 하고 있다.

날 것. 과거 예능 혹은 개그 프로그램들이 잘 짜여진 각본, 화려한 자막, 완벽한 편집으로 제작되었다면, 최근 인기 있는 유튜브 콘텐츠들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는 방식을 택한다. 제작 과정이나 무언가 실패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담기기도 한다. 대중들과 청년들이 이러한 콘텐츠에 반응하는 것은, 이들의 재미의 기준이 ‘공감’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수다나 일상, 그리고 여행 등의 영상을 보는 과정에서 출연자들에게 ‘공감’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 위로와 회복을 경험하기도 한다.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삶에 공감을 느끼는 청년들 앞에, 교회 역시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가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겉치레와 의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Y2K.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인 세기말의 생활양식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요즘 청년들은 너도나도 20년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폴더폰을 구매하고, LP판 레코드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고 있다. 199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들이 ‘Y2K’를 즐기는 것은 과거의 향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옛것을 오늘의 방식대로 재해석하여 ‘새로움’과 ‘호기심’을 추구하는 것이다. 교회 역시 우리의 전통을 통해 이러한 일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예전적 전통과 교회 예배당의 특별한 분위기를 통해, 청년들에게 새로움과 영적인 경험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픈채팅. 초개인화와 마이크로트렌드 현상을 보이고 있는 1020 세대이지만, 이들도 온라인 상의 ‘채팅형 커뮤니티’를 통해 다채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활발한 것은 ‘카카오 오픈채팅방’과 ‘네이버 오픈톡’이다. 오픈채팅의 특징은, ‘빠르게 모이고, 강력하게 연대하고, 쉽게 흩어지는’ 관계성을 형성한다는 것이고, 느슨하지만 개인의 특성과 사소한 취향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때로는 강력한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워낙 다양한 이들이 얽혀있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픈채팅과 같은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나노 단위의 소그룹들이 많아지면 젊은 세대들에게 좀 더 매력적일 수 있지 않을까?

청년세대는 하나의 트렌드로 집약할 수 없는 다양한 마이크로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서로에 대한 ‘공감’의 기대가 흐르고 있습니다. 임주은 연구원은 “사람들이 공감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야말로 교회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라고 말합니다.

“원래 교회가 가장 자신 있고 잘하는 것, 잘해야 하는 것. 공감. 그 사명을 살아내는 데 집중하는 2024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한국교회의 변화를 정리하고, 2024년에 한국교회가 관심갖게 될 사역의 방향성을 전망하였습니다. 지용근 대표가 잡은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통계로 미리 보는 2024년 한국교회”, 지용근 대표

□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교인 감소: 탈종교화 및 가나안 성도의 증가. 2004년부터 사회 전체의 종교인 비율은 감소해왔으며, 개신교 인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불어, 가나안 성도의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개신교인은 전체 인구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교회를 나오는 신앙인의 수는 이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교인 구성 변화: 3040 세대와 교회학교 감소 및 고령화. 가장 많이 교회를 떠나는 연령대는 3040 세대이다. 여기에는 이들이 겪는 사회에서의 수고와 어려움들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며, 이와 함께 교회공동체 안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교회 거버넌스의 문제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교회학교 구성원들의 수도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대다수가 3040 세대의 자녀들인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고령교인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외부유입보다는 사회 전체의 인구구성비율과 같은 맥락의 변화라고 할 수 있으며, 더하여 충성스러운 65세 이상의 성도들의 교회이탈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사역 회복도: 현장예배는 80% 이상 회복, 다른 주요 사역은 70% 안팎 회복.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장년 현장예배는 86%, 교회학교는 79% 회복도를 보였다(2023년 5월 기준). 통계상으로 회복도의 증가율이 정체되는 것으로 보아, 한동안 이정도의 현장예배 회복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헌금의 경우 평균적으로 91% 정도의 회복률을 보였지만, 소그룹, 성경공부, 전도, 지역사회 섬김 등 다른 주요사역들의 회복률은 70% 안팎에 그치고 있다.

■ 2024년 한국교회

확대되는 사역들. 많은 목회자들은 소그룹이 활발한 교회를 성장가능성이 있는 교회로 꼽았고, 향후 목회의 중심에 3040 세대를 두어야 한다고 보았다. 더불어, 고령친화적인 교회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부족한 지점들: 다음세대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중심에 두고 교회사역을 수행하는 교회는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교회 거버넌스 개혁은 점점 더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구성원들의 저항감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누적된 교회적 변화들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사회 어느 공동체나 겪고 있는 고령화의 현실, 그리고 젊은 구성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공간으로 인해 다양한 신앙경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평이동’이라는 조금은 어려운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습니다. 양극화되는 교회 현장 속에서 상생에 대한 고민이 더없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순한 원리도 다시금 붙잡아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